“혼란한 시대, 해법은 인성교육” | |
정범진 성균관대 전 총장 | |
등록일: 2009년 04월 05일 08시 13분 53초 | |
| ||||
- 평생 교육계에 계셨는데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어떠세요? 요즘 청소년은 사이버 세계가 전부인 줄 알잖아요. 현실보다 더 넓고 더 편리하고. 여기서 미국에 있는 사람이랑 얼굴보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세상은 편리해졌지만 지금 도덕과 인성은 완전히 땅에 떨어졌어요. 정치인들은 만날 싸우고 사이코패스가 등장해 사람을 죽이고…. 지금 사회가 얼마나 어지러워졌어요? 지금이라도 인간이 정신을 차려서 바로 잡으려면 인성교육을 해야 되요. - 어른들이 제대로 된 본보기가 되지 못한 것 같아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매일 싸우는 모습을 보이잖아요. 결론은 인성문제인데, 지금 인성이 무너져서 잘못된 것은 심성의 파괴라고 할까? 그게 지금 위험수위에 왔다고 나는 보거든요. 첫째는 개인 이기적인, 그다음엔 당리당략, 거기에 너무 얽매여서 국가나 민족이나 뭐 사회의 장래를 못 봐요. 우리는 남북으로 갈려 있는데 동서로, 학연으로 찢겨서 용서가 안 되는 거죠. 내가 망해도 좋다. 나는 너 잘되는 꼴은 못 본다. 이게 지금 인심이 그렇게 돼 있다는 거거든요. - 한국은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날까요? 대한민국 교육은 중추가 없이 흔들릴 때가 많았어요. 특히 서당교육을 받은 세대와 일본 교육을 받은 세대, 그리고 미국식 민주교육을 받은 세대가 공존했던 광복 후는 혼돈기였어요. 광복 후 박정희 대통령 때까지는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 생산에 거의 다 올인을 하다보니까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잊어버렸단 말이에요. 그래서 지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잖아요. 인간교육은 다른 교육과 병행을 하든가 중점적으로 가르치던가 아니면 먼저 가르쳐야죠. 컴퓨터를 세계에서 일등하는 사람이라도 은행을 털려고 모의를 한다든가 남의 비밀번호 알아서 나쁜 짓을 하려고 한다든가 그럼 컴퓨터를 안 만든 것만 못해요. 그러니까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건 인성과 도덕입니다. 초중고 교육은 인간교육부터 시킨 다음 과학을 시키든 법률학을 하든 컴퓨터 공학을 하든 해야죠. - 교육에서 제일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을 꼽아주신다면요. 당나라의 유명한 문장가이자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 한유(韓愈)의 사설(師說)에 이언 구절이 있어요. 사도라는 말이 있잖아요? 한유는 스승이라고 하는 것을 뭐라고 해석을 했느냐면, ‘사자 전도수업 해혹야(師者 所以 轉道授業 解惑也)’라 이랬거든요. 전도라는 것은 도를 물려준다는 말입니다. 제일 첫 번째 스승이 할 게 전도라고 했어요. 그다음에 수업, 학문을 가르쳐야 한다. 세 번째는 해혹야라, ‘의심나는 것을 풀어줘야 한다’고 그랬어요. 근데 도를 전해준다는 걸 첫 번째로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아까 말했듯이 스승은 인간교육을 해야 된다는 거죠. 구구단만 가르치는 게 스승이 아니죠. 어떻게 자라야 하고 어떻게 훌륭한 사회시민이 되어야 하고 어떻게 사회 규범이나 질서를 지켜야 하고 부모에게는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야 되고. 그 모든 게 도라는 겁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세 가지를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수업, 해혹은 그런대로 잘해요. 수학공식, 영어 컴퓨터는 잘 가르치죠. 근데 스승이라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한 전도를 안 하는거예요. 사회가 그렇게 됐잖아요. 뭐 하기 싫어서 안 한다기보다 대학입시에도 안 들어가는 데 인간교육이 필요가 없죠. 영어, 수학 가르치는 게 최고지요. - 사도의 의미를 아는 선생님이 늘어나면 우리나라 교육이 정말 달라지겠어요. 사도라는 말은 스승의 존재는 어떠해야 하는가, 행동은 어때야 하고 가르칠 땐 어때야 하고, 뭘 가르치느냐 하는 게 모두 스승의 도리잖아요. 그럼 제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스승을 도덕적으로 존경해야 된다든가 스승의 말은 금언처럼 귀담아들어야 된다든가. 교실 밖에서는 스승을 어떻게 대한다든지. 학생은 학생의 도리를 지키고 스승은 스승의 도리를 지키고 이런 걸 사도라고 하는 거죠. - 재임 시절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인문학부 출신 총장님이셨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인문학부 출신 총장님이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 제가 얼마 전에 누구한테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정치가 잘못된 건 정치인한테 맡기고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그건 경제 전문가한테 맡기고 풀어나가면 된다고. 그러나 교육이 잘못되는 것은 여러 가지 치료하는 법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사도를 말해줘야 하겠다. 그렇게 생각해서 누가 정책 입안하는 사람 있으면…. 인문학이 고사 직전이잖아요. 요즘 철학, 사학, 문학하는 사람은 먹고살 수가 없어요. 그런 사람이 전국적으로 매우 많겠죠. 다 대학 나오고 학위 가진 고급인력인데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 모아서 ‘사도실천연대’를 만들든지 위원회를 만들든지, NGO나 정부기관을 만들든지 해서 전국 각지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사도에 대해 강의할 여건을 만들어 주면 일자리도 마련하고 또 학교교육도 우선 정신적으로 정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랬어요. 현재 금융위기를 측면적으로 도우는 것도 교육을 통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교육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큰 배를 모는데 선장이 잘못하면 선원들은 고기밥이 다 되어버려요. 사단장 명령 한 마디에 2만 명이 죽고 사는 거잖아요. 지도자가 판단을 잘못하면 전멸된다고요. 그래서 지도자라는 사람이 중요한 거죠.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서로 대통령을 하려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자격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어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대학총장도, 회사총수도 국회의원도 자기가 자신 없을 땐 물러나는 게 좋죠. 차라리 모르는 사람은 제멋대로 못한다고요. 박정희 대통령은 철학 하면 철학의 최고 권위자를 데려다 강의를 받았어요. 국사는 누구 경제학은 서울대 누구 데려다 강의받고. 세상에 아무리 전지전능하고 만능박사라고 하더라도 자기 전공한 분야 아니면 잘 몰라요. 그럼 물어야죠. 옛날부터 임금은 성총이라고 해서 들어야 됩니다. 혼자 다 아는 것처럼 그러면 나라가 엉망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임금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논어에 나오잖아요. 불치하문. 그걸 자기 귄위 세우느라고 밑에 사람한테 내가 아는 척해야지 모르는 게 들통 나면 창피하다. 그건 소인배 기질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죠. 모르면 물어야지. 묻는 게 힘들게 뭐 있습니까. 논어에 나오잖아요.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知之謂知之, 不知謂不知, 是知也)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그것이 아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아는체 하면 그건 바보짓이죠. 참 초등학생도 아는 걸 집권하는 사람들이 모르고 있으니. 청와대는 올 초 2009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정 전 총장이 추천한 부위정경(扶危定傾)을 선정했다.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뜻의 부위정경은 중국 북주(北周)의 역사서 ‘주서(周書)’에 등장하는 말로, ‘태조가 나라의 위기를 안정시켜 그 위엄과 권위가 왕을 두렵게 했다(太祖扶危定傾 威權震主)’는 문구에서 유래했다. “내용이 워낙 좋으니까 뽑힌 것 같습니다. 국가가 위태로워지고 다 쓰러져 가는 걸 부축해서 안정시킨다는 뜻인데…. 아마 이명박 정부로서는 부담될 겁니다. 내년까지 경제를 안정시키고 대통령이 뭔가를 보여줘야 이게 빛이 날 텐데요.” 무너진 나라 경제가 바로 섰으면 하는 바람을 그는 부위정경이라는 사자성어에 담았다. 거기엔 사도를 세워 위태위태한 나라의 질서가 바로 잡혔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묻어 있었다. 이미경 기자 [정범진(丁範鎭, 74) 전 총장 약력] 68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재직. 95년부터 99년까지 성균관대 총장 역임. 한국 중문학의 태두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영주 출신. 평소 교육의 근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인성교육과 선비정신을 길러야 한다고 전파함. 심산 김창숙 선생의 생애와 선비정신을 기록한 ‘백번 꺽어도 꺽이지 않는 민족의 자존’,‘중국 문학연구’등 수 많은 저서를 남김. |
http://www.epochtimes.co.kr/news/article.html?no=13555 |
이미경의 전체기사보기 | |||||
|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경마공원 '포니랜드' 5일 재개장, 말과 눈높이 맞추기…체험 늘려 (0) | 2011.03.07 |
---|---|
실레마을에서 김유정의 '봄·봄'을 느끼다 (0) | 2009.04.28 |
소피마르소, '여전히 매력적인 미소' (0) | 2009.02.13 |
운현궁 궁중복식 패션쇼(2) (0) | 2008.05.23 |
천기누설 : 일석 일화 일상 일결(一石一花一像一訣) (0) | 2008.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