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당한 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토요일 오후. 내외국인들로 붐비는 서울 인사동길의 북쪽 끝에 위치한 북인사마당에 작은 퍼포먼스가 있었다. 우리 모양을 한 철창 안에 한 여성이 갇혀 있었고, 그 옆에는 긴 의자에 한 여성이 직각으로 앉아 있었다. 여성의 다리는 밧줄로 꽉 동여매져 있었다.
그 옆에서는 파룬궁 수련생들이 퍼포먼스에 대해 설명을 하며 한창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었다. 수련생들은 오는 11월 G20 서울정상회의에 참여하는 후진타오 중국 주석 등 각국 지도자들에게 탄압 중지를 요청하는 서명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 시민은 “파룬궁 탄압은 들어봤는데 이 정도인줄 몰랐다”며 서명을 했다. 서명행렬에는 외국인도 섞여 있었다.
▲ 서울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중국 교포들이 중국 내 감옥에서 행해지는 고문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토요일 시연 장면. (사진=정인권 기자)
두 여성은 두 시간이 넘도록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오후 늦게 캠페인이 끝나자 그제야 다리를 풀었다. 두 여성은 중국 지린(吉林)성 출신 교포였다. 메이허커우(梅河口)시에서 왔다는 김화숙씨(가명)는 60세를 훌쩍 넘긴 나이였다. 두 시간 넘게 소위 ‘호랑이 의자(호랑이에게 물리는 것처럼 고통스럽다는 의미)’라는 자세를 했던 이영숙 씨(53ㆍ가명)는 옌지(延吉 연길) 출신이었다.
이 씨는 ‘아프지 않냐’는 질문에 “중국에서 당한 사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이런 자세로 먹을 것도 주지 않고 일주일에서 보름씩 묶어 놔요”라고 했다. 1999년부터 중국에서 탄압받고 있는 파룬궁 수련생에 대한 얘기다.
중국 감옥에서 고문을 당한 파룬궁수련생들은 고문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시연 장면을 찍은 사진을 해외 인권단체 등에 전달해 탄압 사실을 폭로했다. 이들이 시연한 것은 수십 가지 고문 방법 중 일부였다. 행사에 참여한 동기를 묻자 이 씨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는 2004년 지린성 룽징(龍井) 수용소에 일주일간 구금된 적이 있다. 간수들은 이 씨의 죄목으로 ‘사회질서교란’이라고 썼다. 이 씨가 ‘내가 무슨 교란을 했냐’고 항변하자 간수들은 ‘아주머니,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이다. 이것이라도 쓰지 않으면 쓸 내용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 간수들은 이 씨에 대해 동정적이었다. 정부의 정치선전은 거짓이라고 말하는 이 씨에게 간수들은 ‘공산당이 개도 소라고 하면 소라고 해야 한다. 우리도 잘리니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2007년부터 한국에 와서 식당일을 한다는 이 씨는 한국에 와서 자유롭게 수련을 해서 좋다며 “이것이 사는 것이구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집에서 하는데 압박이 심했다고 한다. 이 씨 경우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해외 파룬궁수련생이 운영하는 온라인 정보 사이트 밍후이왕(明慧網)에 따르면 1999년부터 지금까지 고문으로 사망한 수련생 중 확인된 수만 3,405명에 이른다.
지난 8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이식학회에서는 중국에 구금된 파룬궁수련생들이 장기적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발표도 있었다. 지난 3월 UN인권이사회는 중국 내에서 파룬궁수련생, 티베트인, 위구르인, 지하기독교인 그리고 인권변호사 등이 주요 탄압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파룬따파(法輪大法ㆍ파룬궁)학회는 서울정상회의까지 국내외 100만인 서명을 목표하고 있다. 캠페인 홈페이지(http://www.hrfg.or.kr)에서 인터넷으로도 서명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